지중해철학기행 완독
헬트의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완독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울 줄 알았는데, 시원섭섭하다.
이 감정은 긴 여행 끝에 느끼는 섭섭함이다. 때때로 한권한권 기다리면 봤던 만화책의 마지막 권을 읽은 후, 즐겨 보던 드라마 마지막 편을 보고 난 후 느껴지는 감정이다. 뭐라고 지칭해야 할 지 모를 감정이다.
헬트가 책을 잘 쓴 것이 다시 증명되었다. '기행'책이므로,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느껴지는 감정마저 여행 끝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두 챕터는 국제법에 관한 논의였다. 국제법의 시작을 에스파냐 르네상스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첫 인물은 프란치스코 데 비토리아이다. 그는 신토마스주의를 시작한 사람으로도 평가 받지만, 그에게 주 과제는 인디오에 관한 문제였다. 에스파냐가 신대륙을 발견한 시기는 사상적으로 주의주의가 최고조에 이른 중세후기, 르네상스였다. 신대륙을 향한 개척정신도 바로 신을 닮은 창조자로 세계를 탐구하는 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사상 속에는 자연법적 사상이 구속력을 잃었다. 이제 공동체는 어떤 것을 기초로하여 서로를 존중할 수 있을까?
비토리아는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 대해 어떤 권리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집중한다.
그는 주의주의에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법은 입법에 의존한다는 통찰이다. 의지가 바뀌면 법 제정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편적 기준이 없는 상태이다. 여기서 시작한다.
그는 또한 인간은 폴리스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아리스토 텔레스의 정의를 동시에 계승한다. 따라서 인간은 공동체에서 함께 어우려져 살 때, 행복을 이룰 수 있는데, 이 공동행복을 공동선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공동선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이 공동선이라는 것은 어떤 규칙들이 지켜질 때 실현될 수 있다. 의무, 권리이다. 따라서 공동생활은 법에 의해 통제 받는다. 모든 인간은 공동선에 관심을 갖는다에 근거하여, 모든 인간을 규정하는 공동선적 자연법의 토대를 마련한다. 즉, 모든 인간은 공동으로 생활하는 일종의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마련되는 법이다. 따라서, '지구 전체가 일종의 공동체이다'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실제로 관찰되는 것은 '관습법'이고, 이 관습법이라는 것은 결국 주의주의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사상적 기초로부터 근대 국제법이 나온다. 최선의 방식으로 인류공동선에 도달할 법적 규정의 토대는 무엇인가? 보편적 평화 규정이다. 그리고, 만일 모든 인간이 인류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 구성원이 일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인류 전체를 생각이 뿌리 내린 것이다.
비토리아가 기초를 놓았다면, 구체적으로 인디오의 존엄성을 위해 사투를 벌인 사람은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이다. 칼 5세 황제는 막대한 전쟁 군자비가 필요했고, 이를 신세계로부터 얻고자 했다. 그래서 이주민들에게 노예들을 국가적으로 제공해주고, 생산의 일부를 국가에 내놓았다. 이것을 이주민을 보호해주라는 도덕적 명목으로 위탁이라는 의미가 있는 '엔코미엔다'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라스카사스는 엔코미엔다와 평생 싸운다.
라스카사스가 시도한 일들은 모두 실패하고 만다. (교회가 주도적으로 인디오를 교화시키는 일을 하고자 했지만, 이미 서양인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다양한 법제는 이주민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이 모든 체제의 정신적 뿌리를 파괴하는 일을 시도한다. 바로 세풀베다와 벌인 논쟁을 통해서 체제비판을 한다.
이 논쟁에서 그는 인디오가 어떤 면에서 서양보다 더 고급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대담한 주장을 한다. 선교를 위한다는 신앙적 토대에 대해서는 진정한 선교는 강제가 아닌, 말과 사랑의 모범이라고 한다. 그들의 인신제사와 같은 이교문화에 대해서는, 도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선교적 관점에서 접근함으로, 징벌이 아닌 선교로 교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노력의 시대적 한계를 경험하였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에스파냐의 불의를 역사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기록에 남긴다. 또한 죽음을 맞이했을 때, 책상에는 '인디오를 절멸케 한 페스트를 막는 16가지 치료제'라는 원고를 작성 중이었다. 그의 나이 92세였다.
그의 열정을 보면서, 위대한 인물은 시대의 물음과 문제에 답했던 자들이고, 그들의 시대적 사명을 향한 끝없는 열정에 존경을 표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흔의 나이에 대서양을 건너 멕시코 치아파의 주교직은 받는다.(거듭된 요청) 그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강한 개혁을 시도한다. 노예를 가진 자들에게 죄를 사해주지 않는 것이다. 또한 모순적인 것은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신앙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인디오를 학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죄를 지적하는 라스카사스를 살해하려고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