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신학

덕과 성품 The character of Virtue - 스탠리 하우어워스(IVP, 홍종락 역)

평범한 목사 2024. 2. 16. 00:42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은 일을 했다. 해야 할 일들에 몰려 빠르게 읽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빠르게라도 읽을 틈이라도 있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대부모 역할을 맡으면서 쓴 편지들이다. 형식이 편지글이기에 읽기에 쉬웠다. 지혜를 담고 있다는 면에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S 루이스)의 다른 버전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서 “대부모”는 어색한 말이다. 대부모는 교회 안에서 유아세례의 증인이며 권면하는 사람과 같다. 유아세례 받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신앙교육을 잘 받고 있는지, 생활에 어려운 점은 혹 없는지 확인하고 돕는다. 서론격에서 새뮤엘 웰스가 “대부모가 된다는 것”이라는 글을 붙였다(서평에 가까운 서론이다. 웰스는 책 전체를 잘 요약해준다). 새뮤엘 웰스는 하우어워스가 대부모 역할을 맡은 아이의 친아버지이며 하우어워스의 친구이다. 웰스는 하우어워스에게 대부모가 되어 달라 요청했고, 조건은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아들인 로리에게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덕에 대해서 편지로 써달라는 것이었다. 본서는 유아세례 받은 교회의 자녀에게 덕에 관한 교훈을 담은 편지 모음이다.

스스로를 많이 살필 수 있었다. 하우어워스가 소개하는 덕들을 나는 잘 갖추고 있는가? 반성하며 읽을 수 있었다. 자비, 진실함, 우정, 인내, 소망, 정의, 용기, 기쁨, 단순함, 한결같음, 겸손, 절제, 너그러움, 믿음 14가지 덕에 대해서 권면한다. 자비와 진실함이 관한 덕이 기억에 남는다. 자비로우면 위험한 세상에 자비롭도록 부름을 받았다. 우리 스스로는 자비로울 수 없지만(오히려 자연적 인간은 잔인해져 간다), 누구보다 자비로울 수 있다. 풍족한 자비를 이미 받았기 때문이다. 자비를 받은 사람은 자비를 베풀 수 있다. 또다른 이유는 자비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에 속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덕을 경험으로 체득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는 덕 함양의 산실이다. 진실함이란 꼭 말해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렇다고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진실은 실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에 대한 문제이다(본 회퍼). 따라서 진실함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 가운데 실현된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진실해진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린 용서 받는 것을 통해서 더욱 진실해진다. 진실의 훈련는 기도이다. 그 외에 덕목들은 다만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우정은 결국 관계인데,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으로 낯선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인내를 가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인내는 조급해하지 않으며, 서로를 기다려주고, 용서하고 용서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

하우워어스가 성품에서 계속 반복하는 것은 1) 스스로 정직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덕은 기만이 없다. 스스로에게 진실할 때, 모든 덕이 유효하다. 2) 공동체에서 자라는 것. 덕은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로잡혀 있는 삶의 부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3) 기쁨이다. 덕스러운 삶은 기쁜 삶임으로 여러 부분에서 강조한다. 복음으로 시작되기 떄문이다. 하나님께서 기쁜 삶으로 초청하시고, 또한 기쁨으로 초대하도록 하신다.

독서의 첫 목표는 교회의 자녀들에게 성품을 가지고서 접근하며 지도할 수 있을까? 하는데서 시작했다. 이 부분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무언가 개념화하고 카테고리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써먹거나 할 책은 아니다. 다만 스스로를 살피는 시간이었다. 덕이라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대어 혹여나, 거짓되지 않았는지, 잔인하게 살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덧붙이는 말.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대충 쓰는 것 아닌가 싶었다..아니겠지…초반에 인사이트들이 많았다. 특히 체스트턴의 하나님은 단조로움을 기뻐하실 만큼 강하시다. “아침마다 해를 향해 ‘또 해봐’ 하고 말씀하실 수 있다.”(108). 과잉수용론. 등등. 하우어워스가 이미 유명한 신학자가 되어버린 자기 자신을 두고서, 나는 하우어워스라 불리는 존재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72)고 하는 면도 재미 있었다. 윤재가 좀더 자라면 이 책이 생각날까?.. 읽는 내내 거울을 보는 듯한 재미가 쏠쏠했다. 굿.